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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등] 8월 논술 능력고사 해설 — 표현의 자유, 그리고 ‘다’의 위치
네, 안녕하세요. 26년 8월에 실시했던 논술 능력고사 중·고등학생편 풀이 영상을 시작하겠습니다.
이번 문제를 좀 까다롭게 냈다고 생각했는데, 능력고사를 여러 번 본 학생이 많다 보니 대체로 잘 봤어요. 지금까지 치렀던 중·고등 논술 능력고사 중 아마 평균 점수가 제일 높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물론 A를 맞은 친구는 적었지만, 평균적으로 잘 본 친구가 정말 많았어요. 주장하는 글을 쓰도록 했음에도 꽤 잘 썼습니다. 아마 쟁점이 여러분에게 조금 익숙했던 것 같아요.
다만 솔직히 말하면 딱 한 명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해석에서 틀린 부분이 있었어요. 그걸 먼저 살펴보겠습니다.
1번 문제 — 가·나·다의 논지 비교
가·나·다의 논지를 비교하라고 했는데, 가와 나 비교는 대부분 아주 잘했습니다.
제시문 가 — 관용의 역설 (칼 포퍼)
가에서는 관용의 역설을 얘기하며, 자유를 무제한 보장하면 오히려 자유를 중시하는 문화가 파괴된다고 말합니다. 그러니 자유를 인정하되, 그 자유 자체를 건드리는 말은 억압해야 대다수가 자유를 계속 누린다는 거죠.
쉽게 말해, “너 하고 싶은 거 다 해도 돼”라고 해버리면 “남을 때리거나 물건 훔치는 것도 내 자유야”라고 할 수 있잖아요. 그런 걸 억제해야 삶의 대부분 영역에서 자유를 누릴 수 있다는 것 — 이게 자유의 역설, 관용의 역설입니다. (참고로 가는 칼 포퍼의 『열린 사회와 그 적들』 일부를 발췌한 것입니다.)
제시문 나 — 밀의 자유론
나는 밀의 『자유론』을 직접 인용하진 않았지만 그 취지를 담고 있어요. 자유는 최대한 보장되어야 하며, 정부나 국가가 개인의 자유를 탄압해선 안 된다는 데 방점이 찍혀 있습니다. 그러면서 세 가지 이유를 드는데, 교양·상식 차원에서도 알아두면 여기저기 써먹을 데가 많아요.
- 내가 틀릴 확률이 조금이라도 있기 때문에
- 내가 대부분 맞더라도, 상대의 말이 1%라도 옳을 수 있기 때문에
- 내가 100% 맞고 상대가 100% 틀리더라도, 그 틀린 의견에 반박하는 과정에서 내가 믿는 진리가 왜 진리인지 나도 공부할 수 있기 때문에
그래서 상대 의견이 아무리 틀렸어도 표현의 자유를 억압해선 안 된다는 겁니다.
정리하면, 가는 “표현의 자유가 자유 옹호 차원에서 일부 억압될 수 있다”, 나는 “표현의 자유를 억압해선 안 된다”예요. 여기까지는 대체로 잘했습니다.
제시문 다 — ‘미지근한 물’ (가장 어려운 지점)
문제는 다예요. 논지가 4개거나 선악·OX처럼 이분법으로 나뉘면 분석이 훨씬 쉬운데, 이번엔 그렇지 않았어요. 드물게 연세대가 3개 제시문을 서로 비교시키는 문제를 내는데, 그럴 때 난이도가 확 올라가요. 찬물과 뜨거운 물은 비교가 쉬운데, 양쪽 속성을 적당히 가진 미지근한 물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다가 바로 그래요.
다를 꼼꼼히 읽어보면, 음모론을 펼친 사람 — 표현의 자유를 극단적으로 누리며 아무 말이나 막 한 사람 — 이 나옵니다. 그런데 이 사람을 국가가 형법으로 처벌한 게 아니에요. “그런 말 하지 마, 틀렸으니 잘못됐어”라고 국가가 처벌하진 않았습니다. 대신 그 말에 피해를 입은 개인들이 민사 소송을 걸어 피해 보상을 받아냈다는 거예요.
즉 다는 이렇게 말합니다. “표현의 자유는 무제한 허용할게. 무슨 말을 하든, 남을 욕해도 법이 막지 않을게. 그런데 그 말이 남에게 피해를 줬다면, 사적인 책임은 네가 져라.” 그래서 다는 가와 나의 중간에 놓입니다.
이 지점을 파악하는 게 제 생각보다 조금 더 어려웠던 것 같아요. 그래서 대부분의 학생이 가·나는 잘 분류하고, 다를 가 쪽에 가깝게 편을 들어 2대 1 구도로 전개했습니다. 아니면 아예 다의 논지를 정확히 못 잡고 제시문을 그대로 베껴 쓰는 엉망인 요약에 그치기도 했어요.
다시 정리하면 세 논지는:
- 가: 자유를 지키기 위해 자유에 대한 억압이 어느 정도 필요하다
- 나: 그런 억압에는 권력자의 탐욕이 끼어들 수 있으니 항상 경계해야 한다
- 다: 중간 — 표현의 자유는 얼마든지 허용하되, 그로 인해 남이 피해를 보면 사적으로 책임져라
2번 문제 — 라·마·바·사로 주장 펼치기
이어서 라·마·바, 그리고 사까지 5개 제시문이 나왔는데, 2번은 대체로 잘 풀었어요. 여기서 점수를 가른 건 창의적 논리가 아닙니다. 논리는 이미 제시문에 너무 많이 깔려 있어요. 그 논리들을 취사선택해서 내 글 안에 구조적으로 잘 배치했느냐가 훨씬 중요합니다. 어느 쪽 입장으로 가든 상관없어요.
표현의 자유를 ‘더 허용’하자는 입장이라면
- 바의 “허위조작정보 근절법 개정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이라는 주장을 먼저 내세우고
- 패널 A의 말을 근거로 활용
- 라에 나온 “가짜뉴스 처벌법이 실제 작동할 때의 현실적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도 잊지 말고
- 사-2(스페인 독재자 프랑코가 표현의 자유를 억압했더니 생긴 문제), 사-5(성조기를 불태우는 행동도 저항의 방식이라면 표현의 자유로 봐야 한다)를 근거로 활용
표현의 자유를 ‘억압할 수 있다’는 입장이라면
- 바의 “허위조작정보 근절법 개정은 민주사회의 보호막”이라는 주장을 세우고
- 패널 B의 논리와 ‘배재고 스타벅스 사태’ 이야기를 근거로
- 사-1(BTS가 받은 인종차별은 도덕적으로 비난받아야 하고 금지되어야 한다), 사-3(위안부를 모욕하는 일본의 표현을 ‘표현의 자유’라 하는 건 잘못이다), 사-4(독일은 지금도 히틀러·나치 찬양을 형법으로 금지한다) 중 쓰기 유리한 것을 골라 활용
화룡점정 — 주장·반론·재반론 구조
여기에 한 가지 더하면 점수가 확 올라갑니다. 상대방 의견을 넣어서 **”물론 이런 반론도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내 주장이 더 중요하다”**라는 주장 → 반론 → 재반론 형식을 갖추는 거예요. 엔터 한 번 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논리가 더 중요하다”로 이어가면 훨씬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점수를 가른 지점 정리
이번 문제에서 점수를 가른 건 두 가지였어요.
- 가·나·다에서 ‘다’의 논지(중간 입장)를 정확히 파악했느냐 — 이게 주요 점수를 결정한 제일 중요한 지점입니다.
- 라·마·바·사로 논리를 펼칠 때, 제시문의 논거를 빠짐없이 서술하고 구조를 잘 짰느냐 — 주장이 먼저 나오고, 근거가 제시되고, 예상 반론을 제시한 뒤 나머지 논거를 순차적으로 배치하는 구조요.
그렇게 꽉 짜인 구조가 아니어도 괜찮아요. 적어도 내 주장이 명확히 등장하고, 그에 대한 논리가 여러 문단에 걸쳐 근거의 결을 바꿔가며 서로 다른 제시문에서 나오면서 문단이 마무리됐다면 — 반론까지는 못 했더라도 논리가 순차적으로 잘 정리됐다면 —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마치며
이번 능력고사에서 중·고등학생 여러분이 대체로 좋은 점수를 받았고 평균도 올라갔습니다. 다만 이번에 특히 잘 볼 수 있었던 건 문학 작품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라고 저는 개인적으로 생각해요. 문학 작품에까지 이걸 잘 적용할 수 있을지, 다음 11월 문제에서 한 번 더 스스로 검증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이것으로 중·고등학생 26년 8월 논술 능력고사 해설을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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