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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5·6학년] 8월 논술 능력고사 해설 — 현실주의 vs 자유주의, 국제사회를 보는 두 관점
네, 안녕하세요. 이번에는 26년 8월에 실시했던 논술 능력고사에서 초등학교 5·6학년 학생들이 풀었던 문제를 풀이해 보겠습니다.
솔직히 이번 5·6학년 문제는 좀 어려웠습니다. 주제 자체가 굉장히 낯설었고, 제시문들도 꽤 어려웠어요. 문학과 비문학이 다 섞여 있어서 문제의 본질을 찾는 것, 즉 쟁점이 뭔지 찾는 것부터 다소 어려웠을 겁니다. 그럼에도 제시문 설명이 자세하게 나와 있어서, 핵심 쟁점을 파악한 친구들이 몇 명 있었어요. 다만 이후 예시에 적용할 때 조금씩 실수가 있었습니다.
문제 구조: 가의 두 관점을 나·다에 적용하기
먼저 제시문 가에서 국제사회를 바라보는 두 가지 관점이 나오고, 이를 나·다에 나타난 현상에 적용해서 분석하도록 했습니다.
사실 나·다가 각각 어느 관점에 해당하는지 찾는 것은 꽤 쉬웠어요. 가에 나온 개념만 이해했다면 적용은 어렵지 않았습니다.
가에서는 현실주의와 자유주의가 나옵니다. 여기서 주의할 점! 이 두 관점을 여러분에게 평가하라고 한 게 아니에요. “현실주의는 이렇게 보고, 자유주의는 이렇게 보는구나” 하고 이해한 뒤, 나·다의 사례가 어느 관점으로 해석되는지 분석하는 겁니다.
어디서 많이 막혔냐면, 제시문 가를 보고 두 개념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면 거기서부터 어려웠어요. 그런데 현실주의 설명을 꼼꼼히 읽어보면 비슷한 표현이 반복적으로 이어집니다. 혹시 이해가 어려울까 봐 같은 내용을 여러 표현으로 바꿔서 의도적으로 넣어뒀고, 나중에는 더 대놓고 단순화했어요.
“힘센 나라의 주먹 앞에서 정의로움 따위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이게 마지막 문장으로 나왔으니, “아, 현실주의라는 건 정확히는 몰라도 힘센 자가 짱이고, 힘 약한 애들은 어쩔 수 없이 굴복해야 하는구나” 정도만 이해했어도 나를 분석하는 데 어려움이 없었을 겁니다.
반대로 다에서는 협력이 가능하다고 말해요. 얼마든지 여행하고 다른 나라 영화를 보고, 국가 사이의 평화가 유지되고, 경제적으로 무역을 많이 한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러니 자유주의와 현실주의가 이런 점에서 다르구나 하는 것은, 꼼꼼한 독해력을 가진 친구들에게는 어렵지 않았을 거예요.
실제로 나·다 제시문은 절반 이상의 학생이 제대로 해석했습니다. 다만 가의 관점을 잘 이해하지 못한 경우, 문제를 잘못 이해해서 나·다에 평가를 하거나, 앞으로 어떻게 될지 전망을 내놓은 경우가 있었어요. 그러면 안 됩니다. 문제는 “나·다에 나타난 현상을 분석하라”고만 했어요. “이런 일이 있었다, 이건 이런 뜻이다”라고 해석만 해야지, 평가를 해서는 안 됩니다. 평가하기도 어렵고, 평가할 수 있는 것도 없죠.
제시문 나 — 멜로스 담화 (펠로폰네소스 전쟁)
나는 펠로폰네소스 전쟁의 멜로스 섬과 관련된 대화, 이른바 ‘멜로스 담화’입니다. 국제정치학에서 상당히 중요한 사건이에요.
내용은 쉽습니다. 아테네 사신이 대놓고 말해요. “너희 침략할 거고, 우리 노예가 되기 싫으면 굴복해. 왜? 우리가 힘이 세니까.” 멜로스 사람들이 “억울하다, 정의롭지 못하다, 비난받을 거다”라고 해도 아무 소용이 없었어요. 힘이 약한 나라니까요. 힘의 논리만 존재하지, 도덕·자비·국제적 평판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겁니다. 결국 멜로스 사람들은 저항한 대가를 혹독하게 치렀다고 되어 있어요.
여기서 중요한 것! 나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요약하는 것 이상을 해야 합니다. 요약으로 그치면 안 돼요. 그리고 요약은 짧게 해야 합니다. 이 문제는 글자 수가 600자밖에 안 되기 때문에, 가의 두 관점 + 나 + 다를 다 요약만 해도 3~400자가 넘어가 버릴 수 있어요.
“그럼 요약을 안 했는데 이 친구가 문제를 잘 파악했는지 어떻게 증명하죠?” 걱정 마세요. 제시문을 가지고 분석한 것만 봐도 요약을 잘했는지 드러납니다. 요약이라는 건 글을 쓰는 게 아니라 머릿속에서 의미를 재구성하는 거잖아요. 얼마나 잘 재구성했는지는 분석된 결과만 봐도 알 수 있어요.
그러니 “현실주의 입장에서 보면, 아테네와 멜로스 사이의 대화는 지극히 당연하다. 힘이 강한 나라가 약한 나라를 협박할 수 있고, 도덕적으로 책임지지 않을 수 있다”라고 해석하면 됩니다.
제시문 다 — 경주 APEC 공동선언문
다는 작년에 경주에서 열린 APEC 정상회의가 끝나고 나온 공동선언문입니다. 원문이 굉장히 긴데, 그중 국가 간 상호 발전, 공동 대응, 전반적 협력의 취지를 담은 4개 조항을 발췌했어요.
이 조항들엔 ‘협력한다, 포괄적이다, 공동 대응한다’ 같은 말이 자주 나옵니다. 이걸 보면, 국가들이 싸우기만 하는 게 아니라 수십 개 국가가 한자리에 모여 토론하고 논의하고 협력하는구나 — 자유주의적 현상이 나타난 거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 요구: 한 관점을 옹호하며 라·마·바를 비판/지지
그다음, 가의 두 관점 중 하나를 옹호하되 라·마·바에 드러난 현상을 비판하거나 지지하라고 했습니다.
여기서 몇몇 학생이 착각을 했어요. “현실주의는 착하고 자유주의는 나쁘다”, 혹은 그 반대로 선악의 구도로 들어간 분들이 꽤 있습니다. 선악으로 평가하면 안 됩니다. 여기서는 “어떤 게 더 합리적이냐”, “어떤 게 현상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 비현실적 관점이냐”로 접근했어야 해요. 도덕적 평가가 아니라 “뭐가 더 그럴싸한가”로 가야 합니다.
라·마·바는 세 개가 다 어려웠는데, 각각 살펴볼게요.
제시문 라 —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두 관점이 다 들어 있음)
라가 왜 어려웠냐면, 꼼꼼히 읽지 않으면 라 안에 두 관점이 모두 들어 있다는 걸 놓치기 때문이에요.
라의 앞부분은 전쟁이 벌어진 이유, 러시아가 전쟁을 끝낼 수 없는 이유, 우크라이나도 끝낼 수 없는 이유가 나오는데 — 이건 모두 현실주의로 해석됩니다. 이익을 위해 강대국은 약소국을 침입할 수 있고, 약소국도 “누구도 나를 도와주지 않으니 최대한 유리하게 전쟁을 끝내야 한다”고 보는 거죠.
그런데 ‘하지만’으로 시작하는 라의 마지막 문단은 자유주의로 해석되는 대목이에요. 여러 국가가 우크라이나에 원조를 보내고 러시아를 비판해서, 러시아가 도덕적 문제에까지 직면했다는 겁니다. 세상이 힘의 논리로만 굴러가는 게 아니라 도덕과 정의의 논리로도 일부 굴러간다는 걸 보여주죠.
- 현실주의를 주장하려면 → 라의 앞부분에 주목
- 자유주의를 주장하려면 → 라의 마지막 문단을 놓치지 말 것
주의! 여기서 흔한 실수는, 자유주의 입장이랍시고 “러시아가 전쟁을 일으켰으니 나쁘다”고 비판하는 거예요. 이건 논지에 어긋납니다. 지금 묻는 건 두 관점 중 어느 쪽이 더 타당하냐지, 러시아가 나쁘다고 말하라는 게 아니에요. “그런 전쟁에도 불구하고 국제사회가 러시아를 비난하더라”는 현상을 언급해야 합니다.
제시문 마 — 동탁 토벌 격문 (충의·도덕적 명분)
마는 해석이 좀 까다로웠어요. 그런데 꼼꼼히 보면 핵심 단어가 나옵니다. 충성, 의리, 충의(忠義) — 충의는 뜻까지 주석을 달아뒀어요(“충성스럽고 정의롭다”).
동탁이라는 사람이 황제를 죽이고 백성을 다치게 하는 나쁜 짓을 했으니, “저 나쁜 사람을 공격합시다”라고 격문을 지어 여러 세력이 모였다는 내용입니다. 여기서는 힘의 논리가 오히려 역전돼 있어요. 공격하려는 쪽이 약하고, 공격받는 쪽이 강합니다.
그걸 몰라도 상관없어요. 왜 모였는지, 왜 군사를 일으켰는지만 정확히 파악하면 됩니다. “천하가 이를 갈고 있다” — 즉 도덕적 명분 때문에 들고일어난 거예요. 상대가 강한지 약한지와 상관없이, 이 일이 도덕적으로 옳기 때문에 여러 세력이 협력할 수 있다는 것 — 자유주의적 해석이 가능합니다.
- 자유주의를 주장할 분 → 마를 활용
- 현실주의를 주장할 분 → 마를 보고 “이런 일은 비현실적이다 / 일시적이다 / 실패할 것이다”라고 평가하는 건 괜찮습니다
제시문 바 — 조조 앞의 항복 (현실주의)
바는 그나마 난이도가 낮았어요. 조조라는 세력이 굉장히 강하고, 우리는 너무 약해서 전쟁하면 질 뿐 아니라 그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내용입니다. 멜로스 사람들이 아테네의 침공 앞에서 했던 고민과 똑같죠. 매우 현실주의적 시각이 잘 나타난 글입니다.
“힘이 약하니 약탈당하거나 죽지 않으려면 어쩔 수 없이 강대국에 항복해야 한다”는 논리를, 현실주의를 강화하는 근거로 얼마든지 끌어 쓸 수 있어요.
그래서 답안은 이렇게 (750자)
문제로 돌아가면, 가의 두 관점 중 하나를 옹호해서 라·마·바를 비판/지지하는 근거로 활용하라는 것이었죠.
현실주의를 지지한다면: “현실주의는 세상을 더 잘 설명한다. 라에서 전쟁 나가는 것 봐라, 바에서 조조 앞에 항복하려는 사람들 봐라. 물론 마처럼 일시적으로 도덕이 중요할 수도 있으나, 그럼에도 현실주의가 더 타당하다.”
자유주의를 지지한다면: “러시아가 국제사회에서 치르는 대가를 봐라, 마에서 여러 세력이 도덕적 명분으로 뭉치지 않느냐. 물론 다처럼(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초기처럼) 현실주의로 보이는 현상도 있지만, 그런 현상은 일시적이거나 현실을 다 설명하기엔 부적합하다.”
이렇게 하면 750자 안에 — 길어 보이지만 이 내용을 담기엔 오히려 짧기 때문에 — 간략하게 작성할 수 있었을 겁니다.
마치며 — 5학년은 연습을, 6학년은 경각심을
이것으로 초등 5·6학년 문제를 다 풀어봤습니다.
지금 6학년 친구들은 올해 11월이 5·6학년 난이도로 풀 수 있는 마지막 문제예요. 내년 2월이 되면 종이도 더 두껍고, 글자 수도 많고, 쟁점도 더 복잡한 중·고등학생 수준의 문제를 풀게 됩니다.
그러니 5학년 친구들은 좌절하지 말고 “이런 식으로 글을 쓰는구나, 이렇게 문제가 나오는구나, 이런 사고를 요구하는구나”에 익숙해지시고, 6학년 친구들은 조금 더 경각심을 갖고 쟁점을 정확히 파악하고 제시문을 꼼꼼히 분석하는 능력을 11월에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점검한 뒤 중·고등 문제로 넘어가시면 좋겠습니다.
11월에도 많은 응시 부탁드립니다. 이것으로 초등 5·6학년 26년 8월 논술 능력고사 해설을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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